내가 셀프 세차를 하는 이유와 해야하는 이유 그리고 셀프 세차의 즐거움



가끔 내 주변 지인들은 나를 보고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왜 그렇게 셀프 세차만 고집하는거야?' 라고. 내 여자친구 조차도 가끔은 차량 관리에 적극적이고 내 방보다도 차를 더 열심히 닦고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건 사실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주제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내 차를 가지고 있는 20~30대의 오너라면, 아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이와 상관없이 차에 관심이 많은 남자라면 집은 더러울지언정 내 차만큼은 새 차를 보는 것처럼 반짝이고 깔끔하게 유지관리를 하는 편이다. 실제로 셀프 세차장을 가보면 아버지뻘 되시는 분이 2~3시간동안 왁스질까지 해주며 차량을 반짝이게 하는 모습을 본 적도 종종 있다. 



대체 왜그러는걸까? 사실 여러가지 면에서 고민을 해봤다. 

첫번째 이유는 차(Car) 라는 것은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장난감 중에서도 가격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하루에도 돈 몇백만원씩 우습게 쓸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를테면 차가 몇 대나 되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을 거 같은 만수르 같은 형님.) 





대부분 직장인의 연봉이 2000~4000만원대인점을 감안을 하고 차량의 평균 가격을 따지고 보자면 국산 준중형차만 구입하더라도 2000만원은 기본이고 가장많이 선호되고 있는 SUV중급옵션, 중형 세단 중급 옵션만 구입하더라도 3천만원대에 육박하는 금액이다보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닌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는 집은 남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는게 아니지만 차는 남에게 가장 손쉽게 보여줄 수 있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나 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나의 분신이니까 항상 깔끔해야 한다는 거다.



차는 나의 재력을 의미하기도 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를 보여주는 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이 사람의 차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관리가 되어있느냐만 보더라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를 알 수 있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하다못해 주차해둔 모습만 보더라도 나는 이 사람이 차를 아끼는지 그냥 이동수단으로 대충 타는지 보일만큼 차는 나를 보여주는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lsm5044 /12기통구아방 님 >



물론 가끔 가다보면 그게 아닌 경우도 있다. 제법 힘좀 쓰고 다니실 것 같은 등빨 좋고 인상 참 사람다우신(?) 무서운 형님이 핑크색으로 랩핑된 에쿠스를 끌고 다닐때라던가... 하는 그런 모습은 가끔 좀 아니다. 



< 이미지 출차 : 영화 '이웃 사람' / 배우 마동석 >



이를테면 사람 참 좋게 생기신 동석이 형님이 핑크색으로 도색된 핑쿠스를 타고 다니는 모습은 좀....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비꼬는 표현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ㅠㅠ) 



네이버 블로거이자 보배드림 회원으로 활동중이신 12기통구아방님 블로그에서 사진을 가져왔으나 프로필 안내문으로 추측컨데 현재 나라를 지키고 계시는 듯 하다. 요즘 군대관련 사건사고가 많은데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전역하시길 바란다. 





세번째는 자기 만족이다. 나는 가끔 주차를 마치고 청명한 하늘을 담고 있는 내 차량의 보닛을 바라보면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고는 한다. 아마 디테일링에 빠져 있는 흔히 세차환자로 분류되는 모든 차량 관리 매니아들은 청명하게 맑은 하늘을 보닛에 담고 있는 내 차를 보면 그 동안의 노력과 고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더욱 그윽한 광을 찾아 새로운 왁스를 구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내가 내 힘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고민하고 고민해서 구입한 차라면 당연히 애정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비록 이 녀석은 말을 하지 못하는 기계일뿐이지만 나도 모르게 이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종종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미친놈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어린시절 재미삼아 보았던 허영만 화백의 '세일즈맨' 이라는 만화속에 한 에피소드 중에서는 차의 시선에서, 차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약 10년이나 한 사람과 한 가족의 이동수단으로서, 동반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던 차가 세월이 지나고 지나 잔고장이 많아지다가 결국 차주는 새 차를 구입하게 되고 고물차가 되어버린 화자인 헌 차는 결국 폐차가 된다 라는 형태의 이야기였는데, 차는 폐차가 되던 순간, 차주와 가족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떠난다... 는 그런 류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린시절엔 그 에피소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내 차를 처음 가져보고 그게 어떤 마음인지를 알게 되었다. 



내용이 조금 길어졌지만 이것이 바로 내가 셀프 세차만을 고집하고 힘들어도 셀프 세차를 하는 이유이다. 물론 나도 주말에는 좀 편하게 쉬고 쉽고 땡볕에서 힘들게 차를 닦기 보다는 그냥 1~3만원 정도 들여서 손세차를 맡기고 싶더라도 아무리 돈을 주더라도 다른 사람이 내 차를 나만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내가 직접 관리를 하는 편이다. 





자동세차를 맡기거나 손세차만을 맡기는 차량은 어쩔 수 없이 스월 마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물론 셀프 세차를 하더라도 스월은 생길 수 밖에 없지만 그 정도가 심하냐? 심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렇게 누적되는 스월마크들은 차량의 광택을 죽이게 되고 점점 심해질수록 보기 싫어지게 눈에 띄게 된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autobritedirect.co.kr >



물론 이 정도이 스월은 주기적으로 광택 작업을 통해 복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광택이라는 것은 어차피 페인트층 위를 보호해주는 클리어층을 깎아내어 눈에 보이는 스월들을 없애주는 효과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광택을 낼 수 있는게 아니다. 그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한계점은 빠르게 다가올 것이며 더 시간이 지나면 전체 도색을 해야지 복원이 가능한 수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셀프 세차를 하다보면 종종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크고 작은 흠집도 발견할 수 있으며, 차량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바쁘게 살다보니 차량의 모습에 크게 신경쓸 여유가 없었는데 세차를 하는 동안만큼은 나도 모르게 생겨버린 상처들도 볼 수가 있고, 타이어의 공기압은 육안으로 봤을 때 적절한지도 알 수 있고, 하체에 혹시라도 모를 파손이 발생되진 않았는지도 볼 수 있다. 



타이어 마모도도 체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이렇게 확인을 하며 차량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고 비록 내가 차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의심이 생기는 부분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검색을 통해 차에 대해 배워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차는 재산이기도 하고, 나의 분신이 되기도 하지만 나의 생명과도 연관된 이동수단이다. 차량정비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도 꽤나 높은 편이고 나의 부주의로 만들어낸 그런 사고는 나뿐만 아니라 내 차를 함께 타는 지인, 여자친구, 가족의 목숨을 책임지기도 하는 것이니만큼 차량 관리는 과하면 과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세차는 함께 할수록 즐겁다. 주변 지인들과 함께 세차를 한다면 좋은 모임이 될 수 있다. 왜냐면 세차 모임일수록 술을 마시는 일이 없기 때문에 ㅋㅋㅋ... 그리고 제법 운동이 되기도 한다. 인 도어(In-door)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세차는 아주아주 훌륭한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인들 차량을 상담해주다 어쩌다보니 쉐보레 차를 타는 3인방이 되어버렸다. 



가끔 업무에 지치고 이런저런 일정에 치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손세차를 맡겨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원치 않게 두번정도 셀프 세차를 맡긴 적이 있을 정도이니. 하지만 매번마다 귀찮다고 외면하기 보다는 운동삼아 셀프 세차로 차량을 관리해보는 것이 어떨까? 



내 소원은 자동세차기계에 들어가보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들어가보면 되잖아? 라고 반문하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이 없다. 자동세차를 하는 그 순간에 그 동안 관리해왔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며 눈물이 날 것 같다. 언젠가 아주 먼 훗날이 지나고나면 한번쯤 자동세차기에 들어가는 일이 생기긴 할까? 



만약 이 포스팅을 읽는 내 차 관리에 빠져있는 오너가 있다면 나는 왜?!!! 귀찮고 번거롭게 셀프 세차를 하는가에 대해 댓글을 달아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거창한 제목과는 다르게 조금 엇나간듯 하지만 나는 왜!!!? 셀프 세차를 하는가?!!! 가 정확한 주제인 것 같다. 




By. Camo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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